우리의 뇌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인간에게 우울감을 전달할까?
감정이기에 분명 우리의 머리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1년여간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여 블로그 운영을 하지 못 하였다. 여기저기 많은 부분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좋지 않았고, 여기저기 병원을 다녀보았지만 딱히 내 몸에서 어떤 문제가 발견된 것은 없었다. 그저 원래 앓고 있던 지병인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에 몸이 이곳저곳 안 좋을 것이라 믿으며 치료받아왔지만 딱히 호전된 것은 없었다. 절망적이었지만 살아야 했기에 노력의 끈을 놓지 않고 몸 구석구석 세부적으로 스캔하며 호전되기를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내과적인 요인은 없었으며 갑상선 또한 정상수치였기에 다른 곳이 문제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신경과를 찾았다.
내가 가장 스트레스 받고 있던 부분은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있기에 피로도에 굉장히 민감하였는데, 지난 8월부터 극심한 몸의 피로도로 하루 일과가 불가능할 정도까지 심해졌다. 신경과에서 내린 결론은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말씀하셨고 심한 우울감, 불안감 등이 보인다고 하였는데, 원인은 불분명하다고 하셨다.
받고 있는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 불안감, 피로도가 찾아왔는지 우울감, 불안감 등으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찾아오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이로인해 따라오는 불면증은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다. 내일 해야하는 일이 있기에 눈만 꼭 감고 밤을 지세우는 그 기분... 거기서 오는 불안, 우울이 내 마음을 갉아먹었다. '이대로는 안돼~' 나는 내 몸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내 머리속을 알아갈 책으로 엘릭스 코브의 [우울할 땐 뇌과학]을 선택하였다. 시립도서관에서 빌려 E북으로 읽다가 너무 마음에 들어 구매해버렸다. 여러가지 우울증 관련 책들을 찾아보았지만 다른 책들이 말해주는건 겨우,
나는 이렇게 극복했어!
힘내!!
할 수있어!!
너도 해낼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말들 뿐 실제로 내가 왜 이러는지, 내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 오게 되었는지, 나는 왜 잠이 오지 않는지, 내 손에 땀이 왜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은 없었다. 의미없는 응원과 자신의 성공사례만 죽 늘어놓는 책들은 금방 질려버리고 나를 나아지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내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실제 반응들로 나를 위로해준다고나 할까?
오클라호마에는 토네이도가 나타나는데 뉴욕에는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오클라호마는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평평한 지형, 기온변화, 습도, 풍향, 풍속에 이르기까지. 그렇다고 오클라호마에 잘못된 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뇌의 경우도 똑같다. 우을증 상태일 때도 뇌 자체에 근본적으로 잘못된 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의 상기 본문 처럼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뇌의 여러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반응일 뿐 바뀔수 있다라는 글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허울뿐인 응원글 대신 말이다.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누어 진다. 첫번째는 뇌가 우울증의 하강나선에 붙잡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두번째는 생활에 구체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다양한 뇌 회로의 활동을 변화시켜 우울증의 진행 방향을 뒤집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책을 읽을 만큼 건강하다면, 뇌의 회로를 재배선하고 우울증의 진행방향을 상승나선으로 올려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 약속한다.
나는 내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책에서 얘기하는 나의 뇌가 지속되는 하강나선에 사로잡혀 나쁜 생각들을 해대며 나를 Deep한 곳으로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내가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결국 지독한 불면증의 구렁텅이 속에 사로잡혀 심각한 우울상태에 빠져들 상황이 그려졌다. 여기서 헤어나오려면 나 자신의 패턴을 바꿀 수 밖에 없다.
1부에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하강나선에 빠져드는지 알려준다. 뇌에 대해서 잘 모르던 나도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뇌의 구조와 호르몬 물질들에 대한 설명을 반복하여 알려준다. 너무나도 자세히 알려줘서 더 복잡해지는 지경까지 간다(하강나선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여러 구조와 생소한 호르몬들 명칭으로 인해..). 반복되는 명칭(전전두피질과 변연체의 향연)들로 인해 자동으로 암기가 될 정도였고 읽다보니 자동으로 내 머리속 반응들이 쉽게 그려졌다.
2부에서는 상승나선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운동, 결정하기, 수면의 영향, 습관, 바이오피드백, 감사하기, 사람들과 어울리기, 전문가의 도움의 파트로 나뉘어져 각 부분별로 어떤식으로 변화시켜 뇌를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와 상승하는 뇌로 바꾸어 나갈지에 대해 알려준다.
우울증에 걸린 뇌는 아마 포기하라고 말할 것이다. 운동을 하면 온몸이 너무 아프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의견은 고맙게 잘 들었다고 대답하고 이제 걸으러 나가자.
본문에서 인용한 이 글은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정말 수없이도 나의 머리가 나에게 속삭였던 말들이었다. 운동을 하려 할 참이면, '이게 당장 너에게 도움이 될까?, 조금 더 자고 그냥 회복을 하자'같이 나의 운동욕구를 잠재웠던 뇌의 달콤한 속삭임에 이제는 '뇌님의 그 의견 잘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해 버린다.
2부에서 나열된 상승나선으로 올라타는 방법들은 결국 나 스스로 결정하여 해결해 나아가야 하는 것들이다. 무언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버려 하강나선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8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본인 스스로 그 하강나선에서 나오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제시해줄 뿐이다. 어쩌면 이 책을 내 앞으로 가져와서 첫 페이지를 여는 것부터가 상승나선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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